Te Araroa 43 –
2016년 11월 13일 일요일
바람이 불어 나무에서 빗방울이 헛의 천장으로 떨어지는 그 소리가 얼마나 큰지,,,이층 침대에서 자서 그런지 아니면 헛의 천장이 너무 얇았던 그런지 그 소리는 끊이지 않고 계속 났다. 그런데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사람의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 벌써 새벽인가 했다. 어제 그 인솔자는 많이 피곤했는지 연신 코를 골아대는 바람에 잠을 잘 잘수가 없었다. 잠이라도 좀 잘 자야 매일매일 걷는 이 길이 좀 나을텐데,,, 이렇게 잠을 잘 못자서 정말 큰일이었다. 10일후에 토끼의 고모집에 도착하면 푹 좀 쉬어야겠다.
피곤한 몸을 일으켜 세워야했다. 그런데 그때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누군가 바닥에 매트를 깔고 잠을 자고 있는 것이었다. 어제 밤에 들었던 그 소리의 주인공인가보다. 그런데 대체 몇시에 도착할거야,,,, 내가 만드는 소리에 몸을 일으킨 그녀는 성격이 밝아보였다. 우리와도 밖에 있는 학생들과도 스스럼없이 많은 이야기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어제 걸은 길이만 45킬로라고 한다. 사실 아래쪽 헛에 도착했을때 너무 에너지가 넘쳐서 더 걸을 수 있겠다 싶었다면서 그래서 계속 걸어왔는데, 다시는 그런 행동을 안할꺼라고 한다. 그럼 지난 2일동안 약 70킬로를 걸었다는 얘기가 되는데,,,, 참으로 놀랍다고 말할 수밖에 더 이상 할말이 없다. 밤 10시 30분경에 도착했다고 하는데,,,, 말이 쉬워 그렇지 산속에서 그 시간을 정말 엄청 늦은 시간이고 잘못하면 큰일날 수 있는 정말 위험한 행동이다.
8시가 조금 넘어서 출발을 했다. 젖은 옷을 입고 출발하는 입장에서는 좀더 시간이 지난 후 출발하고 싶지만 그렇게 되면 다음번 헛까지 가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지체가 된다. 다음 헛에서 만나자는 인사를 하고 그렇게 출발을 했다. 뭐 비가 온 뒤 산이 그렇듯 쉬운 길이 없는것 같았다.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밤에 입고 자는 옷과 비옷을 입지 않았더라면 큰일날뻔 했다. 또 그렇게 한없이 진흙탕을 걸었다. 이 트랙에서 보면 어제 잘 관리된 자전거길과 정말 많이 비교가 되었다. 그건 다시 말해 이런 길도 관리하면 자전거 트랙처럼 아주 걷기 좋은 길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와 통하는데,,, 하루 빨리 테아라로아 길도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가져보았다.
오늘은 의미가 있는 날이다. 바로 테아라로아의 1,000킬로미터 마크를 지나게 되는 날이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으려나!!!!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온통 오늘 지나는 이 험난한 트랙으로 33%끝의 기념 따위는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았다.
어제는 그렇게 많이 산속에서 졸졸졸 흐르는 물을 보았는데, 오늘은 점심 전까진 한군데도 없었다. 물이 거의 다 떨어져 갔다. 마지막 남을 물을 마시고 출발하니 바로 냇가가 보였다. 진작 알았으면 따뜻한 차라도 한잔 마셨을텐데,, 물이 없어 빵과 참치,, 기타 과자로 점심을 때웠더니,,, 춥고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
내 발이 더딘것인지 아님 트랙이 그렇게 어려운 것인지,,,, 거의 다음 헛에 도착하기 약 4킬로미터 전부터 절벽 아래로 갔다가 강을 건너고 다시 아주 심한 경사를 올라가고 다시 내려가고 다시 올라가고 정말 사람 잡는구나 싶었다. 완전 영어 W를 생각하면 된다. 그렇게 심한 경사 걸었다. 그리고 곧 헛이 나와야 하는데,, 그놈의 헛은 왜 그렇게 안보이는 것인지,,,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가는 약 6시경에 드디어 헛에 도착했다. 어제와 비교하면 대궐이었다. 침대도 10개나 되고 난로도 똑같은 모텔이었지만 천정이 높아 온기도 더 많이 머무를 수 있을것 같았다. 어제 못다 피운 것까지 많이 피우기 위해서 나무를 많이 해 왔다. 그리고 신나게 불을 피웠다. 신발과 옷 모두를 난로 근처로 옮겨 말리고 파스타를 저녁으로 먹었다. 그런데 아직까지 그녀가 오지를 않았다. 시간은 점점 흘러 렌튼이 없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캄캄한 시간인데,,, 너무나 그녀가 걱정이 되었다. 고작해야 오늘 아침에 잠깐 말을 섞은 사이지만 서로 이곳에서 만나자고 했는데,, 아직도 모습을 보이지 않으니 사람으로써 당연히 걱정스러움이 많았다. 시간은 벌써 9시를 넘어섰다. 아무래도 어제 너무 무리한탓에 그곳 헛에 있거나 아니면 산속에 텐트를 쳤을꺼라고 나름 우리끼리 얘기를 마치고 정리하려는데,,, 밖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다. 그녀였다. 너무나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아늑하고 따뜻한 난로 앞으로 그녀를 안내했다. 그리고 그렇게 함께 잠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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