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 Araroa 44
2016년 11월 14일 월요일
편안한 밤은 참으로 오랫만이었다. 새벽의 하늘을 보니 오늘 날씨가 나쁘지 않았다. 그럼 오늘의 트랙 정보에서 12킬로미터를 가는데 7시간이 걸린다는 푯말을 보고 얼마나 어렵기에 라는 절망(?)가득했던 일도 뭐 그냥 걸으면 되지라는 쿨한 생각으로 시작할 수 있게 해주었다. 아침은 모두에게 분주했다. 샐리(뉴질랜드, 일본)는 어제도 늦은 시간에 도착했기에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는 없었지만 일명 하드코어라고 불리우는 절대 히치하이킹하지 않고 오롯이 걸어서만 테아라오라를 완주하는 사람들을 이야기 한다. 그녀는 시작도 9월 3일에 테아라로아 트랙을 처음 시작했는데, 오클랜드에서 일을 해야했기에 20일정도를 쉬었다고 한다. 살도 많이 빠졌다고 하는데, 지금까지는 그래도 괜찮아 보이는데, 앞으로는 관리가 필요해 보였다.
프랑스에서 쉐프로 일하는 남자 한명이 먼저 길을 나서고 토끼와 내가 8시 30분경에 시작하고 샐리는 조금 후에 뒤따라 왔다. 시작 된 길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완전 어려울것 같은 길을 생각해서 그런지 아니면 푯말이 잘못된 것인지 그냥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 반복되는 길이었다. 미끄럽지도 않고 진흙탕도 아니었기에 7시간 예정이었던 트랙은 또 다른 헛까지 가는데 약 5시간 30분이 걸렸다. 그곳도 어젯밤에 머물렀던 헛과 마찬가지고 아주 깨끗하게 잘 관리되고 있었다. 매번 마음같아서야 하루 머물다 가고 싶지만 스케줄 따라가기 벅찼기에 차만 한잔하고 다시 길을 나서야 했다. 다행히 떠나기전에 그녀가 도착해서 우리는 함께 사진 환장을 남길 수 있었다. 또 그렇게 1020의 헛에서 만나자고 하며 길을 떠나려는데, 그녀가 갑자기 이곳부터 도로가 나올땐 까지의 길이 생각보다 어려워 시간이 많이 걸리고 다음 예정지의 헛이 없다고 한다. 이 사실은 먼저 출발한 사람들이 올린 정보를 그녀가 읽었다고 하는데, 갑자기 앞이 막막하다. 그럼 오늘 얼마나 걸어야하고 어디에 텐트를 칠지 모두 다시 생각해봐야 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럼 서로 다시 만나기는 어려울꺼란 생각을 하고 인사를 주고 받았다.
역시 트랙정보보다 이곳을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사실이었다. 마지막 1014지역의 헛에서 7킬로미터 지나는 도로가 나오는데 예상시간이 2시간이라 어렵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정말 장난 아니었다. 시간도 3시간 30분 조금 넘게 걸렸고 그것도 거의 쉬지 않고 움직여서 가능한 것이었다. 난 자꾸 입에서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 만약 표지판에 시간에 대한 정보가 좀더 명확했다면 중간의 헛에서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텐데,,,, 좀더 현명하게 시간을 계획했을텐데,, 후반부에 어려운 길을 걸으니 그냥 지나쳐온 헛에서 하룻밤 머물길 이라고 후회를 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토끼는 이런 일에 어떤 불평도 하지 않았다. 내가 하는 불평불만에 질려 그런것인지 아니면 어차피 걸어야 할 길이고 누구에게 불평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그런것인지 정말 한마디의 불만도 없었다. 이건 좋은 성격으로 보인다… 이렇게 사람을 좀더 알아가는 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가 온다는 것은 매번 그렇지만 길을 걷는 내게 참 많은 어려움을 준다. 어찌 다 말로 표현할까!!! 경험해본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일,,,,,
1020에는 역사나 헛이 없었다. 어떤 이유로 없어졌겠지,,,, 자국도 하나 없었다 그렇다면 꽤 오래전에 없어졌다는 얘기인데,,, 테아라로아 트랙의 지도에 나오는 표시는 빨리 지워져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못된 정보는 많은 사람들의 계획을 특히 늦은 밤까지 걸어서 그곳에 도착할 사람들에게 정말 낭폐가 아닐까,,,,시간은 6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래서 잘 만한 곳을 찾기 시작했다. 토끼의 의견을 따르기로 하고 그가 생각하는 곳에 텐트를 치려는데, 이건 정말 아니다 싶어서 다시 길을 걷기를 권했다 아니 그냥 나 혼자 돌아서 도로쪽으로 걸어 나갔다. 그런 나를 보고 좀 화가 난듯 보였지만 할 수 없었다. 난 계속 걸어서 잘 만한 곳에 텐트를 쳐야 했다.
5분도 지나지 않아서 한 허름한 집을 지나치는데, 개가 얼마나 짖어 대는지,,,, 길 옆에는 친절하게 택시 번호가 적혀 있었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도움 받기를 원해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마음속으로 정말 전화를 걸고 싶었다. 그리고 다시 길을 걷는데 그 집에서 트럭한대가 나왔다. 친절하거나 불친절하거나 어찌되었던 차가 나온다는 것은 시내쪽으로 움직인다는 사실,,, 난 히치하이킹 손짓을 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트럭이 섰다. 앞자리에 물건이 많다며 뒤쪽에 타라고 해서 토끼의 의견을 듣지도 않고 차에 올랐다. 뒷 화물칸은 비와 진흙으로 미끄러웠지만 그런걸 따질때가 아니었다. 오늘밤은 따뜻한 곳에서 지낼 수 있다는 희망에 너무나 행복했다. 온몸이 젖은 상태로 있는데 차가 움직이니 너무 추웠다. 급히 판초를 꺼내 입고 나서야 그나마 바람을 피할 수 있어 좋았다. 잠시 후 차량은 그 사람의 집 앞에 섰다. 자신은 타운에 음식을 사러 가야 한다면 그곳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해서 우리는 시내까지 나가기로 했다.
다시 앞좌석으로 옮긴 우리는 미국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로 그의 의견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린 맥도널드 앞에서 내려 인사를 하고 커피와 패드가 2개 들어있는 햄버거를 시켜서 배를 채우고 추위를 피했다. 숙소가 필요했기에 인터넷을 사용하며 하나 있는 홀리데이 파크에 전화를 걸었다. 늦게 까지 우리를 기다려 준다고 하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이곳 로컬 사람들 덕분에 빨리 숙소에 올수 있었다.
그녀는 앞으로 3일 동안의 비소식을 전해주었다. 그런데 그것은 우리 일정에 큰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앞으로 걷는 6일동안은 비가 눈으로 바뀌는 곳으로 1868의 높이를 가지고 있는 거대 산이었다. 높이로 치자면 우리나라 지리산보다 낮은 곳이지만 거의 한여름을 제외하고는 눈으로 꼭대기가 덮인 산이라고 알고 있다. 날씨가 맑은 날은 하루 수백명이 다녀간다는 명소중에 명소로 세계 유산에 등재된 곳이다. 그런 이곳에 강풍이 불고 비가 온다고 하니 참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다. 시간이 너무 늦었기에 일단 쉬고 내일 생각을 해 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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