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 araroa 39 – 855마침
2016년 11월 9일 수요일
트랙 안내에 대한 글을 보니 오늘 올라가는 곳이 상당히 힘든 코스인듯 하다. 정상의 케빈까지 하는데 약 4시간이 걸린다고 되어 있었다. 그리고 내려오는 코스도 만만치 않을 듯 하다. 그래도 어제 일찍 쉬었기에 다행이었다.
아침을 먹고 7시 경에 길을 나섰다 처음 2-3킬로미터까지는 아주 기억에 남을 구간이었다. 하지만 역쉬,,,,, 나머지 구간은 비 때문에 진흙탕이 되어있어 꼭 레히티 숲속을 다시 걷는 기분이었다. 그것도 오르막이 심한 거리를,,,,
정상에 설치된 헛의 시설은 너무나도 좋았다. 마치 천왕봉 장터목 산장에 마련된 숙소처럼 잘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곳을 지키는 사람 없이 그냥 이용하고 현금 5달러를 지불하던지 헛 이용권1장을 지불하면 된다. 난 헛 6개월 패스를 샀기에 이곳에 공짜로 머물를 수 있었지만 일정이 너무 빡빡한 탓에 머물지 못하고 서둘러 내려 가야 했다. 내려가는 구간도 8킬로미터에 예상 시간이 3-5시간이었다. 제발 조금만 힘들기를,,,,
내려오는 길은 생각보다 더 힘들었다. 특히나 다리 길이가 짧은 내가 한 걸음에 내려올 수 없는 구간이 많다보니,,,미끄러지거나 넘어지는 일이 많았는데, 한번은 내가 붕 날아올라 그대로 떨어져 버렸다. 그래도 천만 다행이 다치지는 않았고 가방과 옷이 좀 많이 더러워졌을 뿐이다. 뒤따라오던 놀란 토끼가 자신의 아픈 발가락도 잊은채 뛰어와서 나를 세워주었다. 균형을 완전 잃고 넘어져 있던 나였기에 그의 도움 없이는 일어나는 일이 불가능했다. 토끼는 내가 넘어지는 순간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순간 너무 놀라고 크게 다치게 될 것이라고 상상이 되었다고 한다. 오늘은 운이 아주 좋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너무 힘들었다. 온 몸의 기운을 다 써버린듯 짜증도 많이 나고 힘들기가 레히티 보다 더 심한듯 했다. 그래서 다시 정신도 차릴겸 쉬어가기로 했다. 에너지바로 영양을 보충하고 좀 쉬면서 지도도 살피고 ,,, 겨우 다시 컨디션을 회복해 길을 나섰다. 그리고 진흙속을 계속 건너다 보니 드디어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끝난 지점에서 사진 한장 찍고 물을 다시 채운다음 걷기 시작했다. 점심 시간부터 안개가 짙더니 내려오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길을 약 2킬로미터 걷다가 텐트를 치기로 결정했다. 쉬니 너무 좋았다. 살것 같았다… 오늘 하루는 육체적으로 너무 힘든 나머지 심리적으로 무척 힘든 날이었다. 이 길의 끝을 볼 수 있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그냥 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물론 잠시 였지만,,,,, 행복하지 않으면 과감하게 그만 두리라,,,, 항상 옆에서 고생하고 챙겨주는 토끼가 있어 힘들어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다시 길을 즐기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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